제29회 죽천, 도산서당에서 퇴계를 만나다. (5)
- 등록자
- 김세곤
- 작성일
- 2012.02.24 10:13
-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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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서원관란헌(소).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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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죽천, 도산서당에서 퇴계를 만나다. (5)
농운정사를 앞문에서 들어가서 한 바퀴 다 돌아보고 뒤로 가니 뒷문이 있다. 뒷문에서 보니 여자 관광객 몇 사람이 도산서당의 부엌을 자세히 보고 있다. 정말, 관심이란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을 느낀다. 필자는 부엌은 보지 않았는데.
다시 도산서당으로 발길을 옮기었다. 이번에는 서당 주변의 경치들을 완상한다. 서당 동편에는 샘이 있고 앞에는 연못이 있다. 샘 이름은 몽천 蒙泉이고, 연못이름은 정우당 淨友塘이다. 그리고 암서헌 오른 편으로 나가니 화단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절우사 節友社이다.
먼저 도산서당 앞에는 연못을 본다. 정우당 淨友塘에는 연 蓮이 있다. 퇴계가 지은 정우당 시를 음미하여 보자.
정우당 淨友塘
온갖 사물 모두들 온 하늘의 묘한 이치 품었거늘
주염계는 무슨 일로 유독 그대만을 사랑하였나.
향기로운 덕 곰곰이 생각하니 실로 벗하기 어려운데
깨끗함, 정(淨) 하나로 칭찬한다면 너무 편벽될까 두려워라
物物皆含妙一天 물물계함묘일천
濂溪何事獨君憐 염계하사독군린
細思馨德眞難友 세사향덕진난우
一淨稱呼恐亦偏 일정칭호공역편
염계는 중국 송나라의 성리학자 주돈이(1017-1073)의 호이다. 주돈이는 ‘태극도설’을 지어 하늘의 이치를 풀어냈다. 그는 유독 연꽃을 사랑하였는데, 연꽃을 군자에 비유하여 연꽃처럼 고귀한 선비의 삶을 살고자 하였다. 그의 애련설을 읽어보자.
애련설 愛蓮說
물과 뭍의 초목과 꽃 가운데는 사랑할 만한 것이 매우 많다.
진나라의 도연명은 유독 국화를 사랑하였고,
당나라 이래로 세상 사람들은 모란을 사랑하였으나
나는 홀로 연꽃을 사랑한다.
진흙탕에서 나와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은 물 잔 물결에 씻겨도 요염하지 않으며,
속은 비었으되 밖은 쭉 곧아,
덩굴지지도 않고 가지도 없으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우뚝 깨끗하게 서 있으니,
멀리서 바라봐도 만만하게 다룰 수 없노라.
내 이르노니,
국화는 꽃 가운데 은일자요, 菊花之隱逸者
모란은 꽃 가운데 부귀자이며, 牧丹之富貴者
연꽃은 꽃 가운데 군자라 하겠다. 蓮花之君子者
아, 국화에 대한 사랑은 도연명 이후로 듣기 어려우니,
나와 더불어 연꽃을 사랑할 사람은 누가 있을까?
모란을 사랑하는 사람은 당연히 많으리라.
이 시 중에 국화와 모란과 연꽃에 대한 비유는 뭇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명구 名句이다.
국화는 꽃 가운데 은일자요, 菊花之隱逸者
모란은 꽃 가운데 부귀자이며, 牧丹之富貴者
연꽃은 꽃 가운데 군자이라. 蓮花之君子者
그런데 퇴계는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 이렇게 읊는다.
깨끗함, 정(淨) 하나로 칭찬한다면 너무 편벽될까 두려워라
퇴계 생각에는 주돈이가 연꽃이 너무 정갈하다는 점에만 편벽되어 정 하나로 칭찬하였다고 생각한다. 다른 점은 제쳐두고 한쪽 면만을 너무 강조한 것이 두렵다고 자신의 소회를 적고 있다.
몽천(蒙泉)은 서당의 동쪽에 있는 샘이다. 몽천에서 보니 바로 앞 언덕에 절우사가 있다. 몽천 샘이 있는 곳의 주역 점은 산수몽 山水蒙이다. 산수몽의 괘상은 위에 산이 있고 아래에 물이 있는 형상이다. 퇴계는 이 괘상을 따라서 서당을 지었단다.
몽천에 있는 곳의 기운을 받으면 군자의 덕을 기를 수 있다 한다. 또한 <주역>에서의 몽괘는 ‘교육하여 형통함은 때에 맞추어 시행하는 것이다 ’하였고 ‘군자는 과단성 있는 행동으로 덕을 기른다.’라는 괘도 보인다.
집 한 채 짓는데도 주역 괘와 풍수, 땅의 기운을 보는 옛날 사람들의 지혜. 참으로 본받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