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다인들이 말하는 다도의 정의
다도의 의미에 대해 옛 성현들과 유명 다인들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다도가 우리 인간들의 정신과 차의 성품을 배우기에 좋은 행위라는 데는 비슷한 의견을 보인다. 차는 풀의 현성(즉, 禪)이다. 현미한 도, 청화의 덕이 있기 때문이다(이능화의 『조선불교통사』). 다도란 차를 마시는 멋과 더불어 인간의 건전한 삶의 길을 걷자는 것. 건전한 삶의 길이란 심신(心身), 즉 몸과 마음을 건전하게 하며 멋 속에 삶의 도리를 다하자는 것이다.(정상구의 『한국차 문화학』). 찻잎 따기에서 차를 우려마시기까지의 다사(茶事)로서 몸과 마음을 수련하여 덕을 쌓는 행위를 말한다(김명배의 『다도학』). 다도란 차(茶)라고 하는 절대적ㆍ진리적 경지가 한 단어로 표현된 말이다(석용운의 『한국다예』).
다도의 특징 3가지
다인들은 다도를 통해 몸을 즐겁게 하고 마음을 깨끗하고 닦는다고 한다. 다도의 어떤 매력이 이처럼 심신을 닦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다도의 특징은 대략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오감을 즐겁게 한다. 이는 다도만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며, 다른 심신단련법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점이다. 차를 마시면서 시각ㆍ청각ㆍ후각ㆍ촉각ㆍ미각을 통해 자연을 생각하게 되며, 차츰 마음이 안정되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는 것이다. 둘째는 동작을 정성스럽게 한다. 절차가 번거롭고 복잡하게 여겨지는 것이 다도지만, 다도를 자주 접하다 보면 행동을 조심하는 습관이 생긴다는 것이다. 셋째는 일상생활에서 비교적 쉽게 실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을 하다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집중이 안 될 때 혼자 혹은 여럿이 함께 '다도'를 즐기게 되면 서로의 심신 수련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동다송』과 『다신전』에 기록된 '다도'
우리나라에서 '다도'라는 말을 처음 쓴 것은 초의 의순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인『동다송』과 『다신전』에서 '다도'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평해서 말하면 차를 달일 때에는 오묘함을 다하고, 차를 만들때에는 그 정기를 간직하며, 물은 참된 물을 얻고 포법에는 중화를 얻으며, 체와 신이 즉 차와 물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웅건함과 신령스러움을 갖추니 이런 경지에도 달하면 다도를 극진히 했다고 할 수 있다." (『동다송』29송 포법). "우리 불가에도 혹은 조주의 풍이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다도를 완전하게 알 수 없기에 써 보지만 두렵기 짝이 없는 일이다."(『다신전』).
세계인의 음다풍습
중국, 일본의 다도
중국의 황하 유역은 물이 탁하고 먼지가 많아 일찍부터 차 생활이 성행하였다. 육우는 『다경』에서 "찻잎을 떡으로 뭉쳐서 말려두었다가 가루를 내고 거기에 끓는 물을 부어서 대나무 젓가락 같은 것으로 휘저어 거품을 일으켜 마신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를 미루어 볼 때 중국에서는 당나라 때부터 본격적인 차 문화가 성행하고 다도가 성립된 것으로 추측된다. 일본인들이 차나무를 재배하고 음용한 시기는 9세기 초인 헤이안 시대 초기로, 자생적이라기보다는 중국으로부터의 전래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9세기 후반 승려 에이추의 영향으로 궁정 귀족과 승려들 사이에 단다법(團茶法)이 유행했다. 한동안 차 마시는 풍속이 퇴조하다가 14세기 중엽 차의 탕이 성립된 이래 차의 탕론이 전개되었고, 메이지 시대를 거치면서 일본식 다도는 국민의 일상생활 문화로 자리 잡았
다도와 다례의 차이점
다도(茶道)와 다례(茶禮)는 단어적 표현상 같은 의미를 지닌 것 같지만 내포하는 것은 사뭇 다르다. 다도란 차와 더불어 심신을 수련하여 다도의 멋 속에 인간의 도리를 추구하는 전반적인 수련의 길인데 반하여, 다례는 차를 마시는 것을 중점으로 하는 예의 범절, 즉 예(禮)나 몸가짐 그리고 차와의 조화를 중심으로 한 분위기와 차에 관한 여러 가지 제반 지식 등을 일컫는다. 또한 다도란 연구 대상의 면에서도 그 폭이 광범위하고 구도적인 측면이 강한 반면 다례는 차를 마시는 데 있어 이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예절과 심신 수련을 뜻한다. 그러므로 간단한 예법과 더불어 누구라도 손쉽게 마시는 것은 다도가 아니라 다사(茶社)라 하고 불교, 유교, 궁중 예법 등과 함께 행하는 다례는 '의식다례'라 표현되기도 한다.
한국의 다성(茶聖), 초의 의순
조선시대 차의 중흥을 이루어낸 초의 의순은 19세 때 해남 대흥사에서 고승 완호에게 법을 받는 한편 정약용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다산초당에서 수학하였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적인 다서(茶書)라 할 수 있는 『다신전』과 『동다송』을 저술하였다. 이 책에는 차의 보편적인 특성과 차의 산지 그리고 우리나라가 차 재배의 적지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제다법(製茶法), 음다법(飮茶法)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올바른 다도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시대별 다도
우리나라의 다도정신 - 다도정신은 다실의 분위기, 다구의 아름다움, 차의 성품, 차를 끓이는 여러 가지 일 등에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 다도정신에는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이 곧고 바름, 또는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이 알맞음의 뜻을 내포한 중정(中正)이 강조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유교의 다도정신으로 중국의 다도정신에서 강조하는 중용(中庸)과 일본의 화(和)와 서로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중정을 처음으로 표현한 것은 초의 의순으로 그는 저서와 다시(茶詩) 등을 통해 중정(中正)ㆍ중화(中和)ㆍ화정(和靜) 등 한국의 다도정신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의 다도생활 - 최근의 다인들은 우리의 현실 생활 속에 존재하는 '실천철학'이라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둔다. 특히 실용을 더욱 중시하는 현대에 와서는 다도가 갖는 '실용철학'이 더욱 부각될 수 있는 것이다. 즉 차와 다구를 준비하고 끓이고 마시는 행동 그 자체에서 우리의 자아를 발견하고, 이상적인 삶을 깨치고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다도는 무척 소중한 취미생활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다도라고 해서 대단한 다실과 다구를 갖추어야만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상 속에서 여유를 찾았던 선조의 다도정신을 본받아 차를 준비하고 마시는 행위 자체에서 정신적 자유를 추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난 접빈다례
접빈다례란 태조 때부터 태평관, 인정전, 명륜당 등에서 왕이나 왕세자가 중국 사신에게 공식 절차에 따라 차를 손수 대접했던 의례를 일컫는다. 고종 때까지 빈번히 행해졌는데 세종 때는 다례를 빙자하여 술과 성찬을 접대하는 예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조선 왕조 518년 동안 접빈다례를 한 기록이 총 5백 70회 정도 나온다. 공식 다례는 일정에 따라 영접다례, 접견다례, 연회다례, 감사다례, 전별다례 등으로 구분되어 행해졌으며, 왕실의 중요 의전행사에서 접빈다례는 필수적인 행사였다.